SCM, 톱니바퀴 한 개가 잘 돈다고 정확한 시계가 될 순 없다.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교수


수요와 공급을 효과적으로 동기화하기 위한 공급체인관리 SCM (Supply Chain Management)은 통합적 시각을 통해 기업의 각 기능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공급체인 전체의 이익을 최적화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데, 실제 많은 경영자들이 통합적 관점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공감하고 있음에도 현실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찾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통합적 관점에서 전체 공급체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은 공급체인 참여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비용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생산부서는 효율성의 잣대로 운영되지만, 매출 최대화를 목표로 하는 판매부서는 고객만족 및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긴다. 이런 점에서 통합적 관점에서 생산과 판매를 하나의 틀 안에 넣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시도일수도 있다. SCM의 핵심철학과 기법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에서는 언제나 이러한 여러 부서간의 이해관계 상충 속에 SCM이 제 역할을 다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생산과 판매 부서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수요와 공급을 효과적으로 동기화하는 기업이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토요타 자동차의 SCM에 대해 살펴보자.


토요타 Supply Chain Management




토요타 자동차는 재고를 최소화하고 적시생산방식을 도입하여 원하는 곳에 원하는 부품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공급한다는 원칙으로 유명하다. 또한, 품질관리에 있어서의 철저한 원칙으로 다년간 고품질 자동차의 대명사가 되어 왔다. 실제 토요타 자동차의 일본 공장을 방문해보면 생산 라인에 위치해있는 부품의 양이 최소로 유지되는데 놀라고, 공장 안으로 들어오는 부품 재고 수준이 적음에 놀라며, 컨베이어벨트의 속도로 조정되는 생산라인의 빠른 스피드에 더욱 놀라게 된다.


토요타 자동차를 유명하게 만든 적시생산시스템 JIT (Just In Time)은 필요한 부품만을 재고로 유지하고 있기에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언제나 불확실성과 변동이 존재한다. 따라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변동을 줄이기 위해 불량품이 발생해서는 안되고 가급적 동일한 패턴으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공급체인의 유연성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실제 소비자의 수요는 상황에 따라 급변하고 원하는 옵션과 액세서리를 빠른 시간 안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생산라인의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고객이 원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에 맞춰 공급 계획을 수정하고 고객의 수요에 맞춰 생산해주는 것이 훌륭한 경영이지 않을까?


하지만, 유연성은 낭비와 비효율이라는 문제를 함께 동반한다. 또한, 수요의 변동은 공급체인 전체에 큰 충격을 주어 곳곳에 재고 혹은 공정 운영 중단과 같은 비효율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와 협력업체를 방문하며 다양한 기법 및 현장을 보고 가지만, 실제 그 효과를 확실하게 체험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국내의 대표적 제조기업들을 방문해보면 언제나 듣게 되는 것이 판매 우선 주의와 긴급 주문, 주문 변경이었다. 국내 부품공급업체 중 특정 기업의 경우 토요타 방식의 적시생산방식을 도입한 완성품 제조업체의 요구로 필요한 양만큼 원하는 시간대에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였으나, 실제 공급체인 전체의 재고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완성품 제조업체의 생산라인에는 분명 재고가 최소화되어 유지되고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양만큼이 적절히 공급되고 있었으나, 부품공급업체에 대한 완성품 제조업체의 주문발주 변동성은 그에 맞게 관리되지 않아 수요의 변동에 따라 생산일정을 “유연하게” 수정하였다. 이러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결국 부품공급업체는 산더미같은 재고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었다. 완성품 제조업체의 재고는 최소로 유지되고 있지만 결국 그 재고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부품협력업체가 모두 부담하는 형태인 것이다. 적시생산방식의 핵심은 원하는 부품을 원하는 시각에 적시 공급하는 것이므로, 부품발주의 변동성이 커지면 그만큼을 재고로 비축해두어야 하는 것이다. 비록 완성품 제조업체의 공장에서는 낭비가 제거되고 재고가 없는 것처럼 보여 매우 효율적인 생산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체인 전체 측면에서 재고 관리는 실패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완성품 제조업체에 있어야 할 재고가 단지 부품협력업체로 옮겨갔을 뿐 공급체인 자체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토요타 자동차가 통합적 관점에서 수요와 공급의 동기화를 달성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토요타 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작은 중소기업을 방문하였을 때의 일이다.


토요타 자동차에 공급되는 부품은 대략4시간 분량 만큼의 여유재고만으로 운영되며 토요타 자동차의 순회운송트럭에 실려오는 칸반(Kanban)에 따라 필요한 부품을 공급한다는 얘기에, 만약 토요타 자동차의 주문이 급작스럽게 변화할 경우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질문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한 해당 기업 공장장의 대답은 “토요타가 사전에 보내준 주간 생산계획 일정이 왜 갑자기 변경됩니까?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라는 얘기였다.


칸반은 적시생산시스템JIT 체계하에서 부품 공급에 대한 미세조정 역할을 할 뿐 근본적인 부품 공급 패턴의 변화는 크지 않다라는 답변은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토요타 자동차의 딜러들이 토요타에 요청하는 주문변경 및 시장 수요의 변화, 공급체인 내 불확실성에 토요타 자동차는 어떻게 대응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대답치고는 충분치 못했다. 고객의 수요가 급변하고 공급체인 내 운영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어떻게 사전에 계획된 생산일정대로 제품을 생산하여 공급할 수 있을 것인가?


토요타 자동차는 공급체인 내의 작은 변동이나 불확실성이 공급체인 내 부품 공급업체로 갈수록 큰 충격을 줄 수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비록 토요타의 완성차 공장에서는 재고가 감소하더라도 부품 공급업체에 재고가 불필요하게 많이 쌓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토요타 SCM의 핵심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고, 이것은 제품 라인업의 단순화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합적 시각은 토요타 내부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유통채널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전체 공급체인을 관리하였다.

  1. 이를 위해 딜러 및 판매법인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경우 해당 제품을 향후 어떤 구성으로 시장에 판매할지를 예측한다. 이후 딜러 및 판매법인은 초기에 설정된 제품 구성별 비율에 따라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전체 부품조달-완성차생산 프로세스는 해당 비율에 따라 제품을 균등하게 생산하도록 설정된다. 딜러 및 판매법인 입장에서는 설정된 제품 구성별 비율에 따라 향후 제품을 인도받기 때문에 시장의 수요에 대해 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모든 마케팅 활동을 초기에 설정한 제품 구성별 비율을 참고하여 조직한다. 예를 들어 처음 시장예측에서 선루프 옵션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었다면 향후 TV 광고나 매장내 차량 전시 등 모든 마케팅 분야에서 선루프를 장착한 차량만을 고객에게 제시함으로써 고객의 수요 변화를 최대한 억제한다.

  2. 제품 구성별 비율을 수정하고자 할 경우 매월 5% 이내의 수준에서만 변경이 가능하기에 공급체인 내 생산과 부품 공급업체들은 사전에 합의된 비율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이것은 공급체인의 안정화를 가져와 높은 품질과 낮은 생산원가, 낮은 수준의 재고라는 장점을 가져다 준다.

  3. 또한, 딜러에 보관되는 완성차 제품 재고 역시 80:20의 원칙에 따라 배분된다. 즉, 전체 매출의80%를 전체 제품 규격의 20%로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특정 제품 규격에 재고를 집중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다양할 수 있지만 다양한 제품을 모두 재고로 가지고 있게 되면 재고 수준이 올라가게 되고, 또한 고객 수요가 다양해져 생산-판매의 동기화가 불가능해 질 수 있기에 고객에게 제공되는 다양성을 제한하는 것이다.


만약 시장의 수요에 어떤 변화가 감지되면, 급작스럽 주문의 변화에 공급체인이 바로 대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고객 수요의 변화가 근본적인 변화인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근본적 변화임이 확실해질 경우 판매와 생산의 합의하에 새로운 생산 패턴을 확정하고 이를 공급체인을 구성하는 파트너들과 공유하여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러한 생산과 판매의 동기화가 원하는 제품을 원할 때 받을 수 없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급체인의 구성이 복잡해지고 글로벌화되는 상황에서 고객주문 변동에 대한 유연성을 높이게 될 경우 제품 품질이나 생산원가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러한 제품 라인업 단순화에 따른 공급체인의 안정성이 생산 유연성보다 큰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기화되고 통합된 공급체인을 글로벌화하여 전세계를 상대로 운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수요의 급격한 변화, 무리한 글로벌 생산 체계 도입에 따른 부품협력업체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의 문제, 과도한 원가절감에의 집착 등은 결국 2008년, 2009년 대규모 리콜 사태 및 토요타 자동차 품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되고 2008년 한해에만 3500억엔 적자 (약 5조 3000억원)라는 역풍을 맞게 된다.


이러한 품질 문제와 적자 문제는 2000년대 초 이후 글로벌화를 단행하며 토요타의 탄탄한 공급체인을 구성하던 부품협력업체에 더해 새로 추가된 글로벌 파트너들이 토요타 공급체인관리의 원칙들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점과 공급체인의 안정적 운영에 바탕을 둔 품질과 가격이라는 토요타 자동차 만의 가치가 희석되고 판매지상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게 된 문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토요타 자동차의 글로벌 공급체인을 관리하는 통합되고 동기화된 원칙들과 다양성, 속도, 변동성, 가시성으로 대표되는 토요타 자동차 고유의 관리 방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다른 산업에서도 충분히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결국 공급체인관리 SCM이란 수요와 공급을 동기화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근본 대응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고객에 대한 제품 다양성 및 유연성을 제한함으로써 안정적이고 평준화된 공급체인관리가 가능하게 하고 및 생산-판매의 동기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변동과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하면 공급체인이 안정화될 수 없고 이는 결국 고객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결국 통합적 시각, 수요와 공급의 동기화라는 것은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 유통채널, 부품 공급업체를 포괄하는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계를 구성하는 톱니바퀴들이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는 것처럼 공급체인을 구성하는 각각의 톱니바퀴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공급체인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하는 것이다.


하나의 톱니바퀴가 열심히 움직인다고 정확한 시계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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