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제품 특성에 따라 SCM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 Strategic fit of Product & Supply Chain

월마트는 오랜 기간 최고의 SCM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왔으며, SCM 및 물류 관련 교재와 강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지속적 매출 성장과 CPFR (Collaborative Planning, Forecasting, Replenishment), EDLP (Every Day Low Price), RFID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등 SCM 분야 혁신으로 유통 분야의 교과서로 불리던 월마트도 2006년 위기에 빠지게 된다. 경쟁기업들의 SCM 역량이 향상되어 원가 절감 측면에서의 경쟁력이 위협을 받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매출에서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월마트 성장의 한계 : 오프라인 네트워크 확대에 따른 성장에 제동이 걸리다.


월마트효과 (Wal-Mart Effect; 월마트의 진출로 지역의 영세상인들이 몰락하여 지역경제가 악화되는 현상을 의미)로 인하여 미국 내에서의 신규 점포 개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월마트의 SCM 기반 가격경쟁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은 월마트의 지속적 성장에 대한 강한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지금은 글로벌 전략을 넘어 온라인 기업과의 경쟁에 대해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 부분은 추후 다루기로 한다).

유통기업의 매출은 기본적으로 개설 매장 수와 매장당 매출액으로 결정되며,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신규 개설 매장 수를 늘리거나 매장당 매출액을 늘리는 2가지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월마트는 미국에서의 신규 매장 개설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여 해외 매장 수를 급격히 늘리고, 기존에 이미 운영중인 매장의 매출액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이 계획대로 확대되지 못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을 뿐만 아니라 매장당 매출액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보다 강력히 밀어붙일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고객이 월마트에서 더욱 지갑을 열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과 차별화된 상품 구성이 필요하였다. 월마트는 이를 위하여 경쟁 유통기업 중 하나인 타겟 (Target)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였던 존 플레밍 (John Fleming)을 최고구매담당임원 (Chief Merchandising Officer)으로 승진시키고 월마트 매장의 상품 구성을 혁신토록 하였다. 최저가 판매만을 고집하던 기존의 월마트와 달리 경쟁기업 타겟은 좀더 높은 가격대에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쾌적한 공간에서 판매하였기에, 플레밍이 CMO로써 월마트에서도 다양한 상품구성으로 매장당 매출액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과연 성공하였을까?


월마트, 중년의 위기 : 어떻게 성장을 지속할 것인가?


2007년 비즈니스위크 매거진의 “월마트, 중년의 위기 (Wal-Mart, Midlife Crisis)”라는 기사에서는 플레밍이 CMO로써 월마트에 도입한 전략이 잘 소개되어 있다 [1]. 이 기사에 따르면, 플레밍은 월마트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과 고품질을 갖춘 고급 의류 브랜드 George를 도입하였다. 그의 생각은, 월마트의 가격경쟁력에 스타일과 품질, 유행 패션을 도입함으로써 저가격 유통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사에서 플레밍이 George 브랜드의 의류 앞에서 한숨을 쉬는 장면이 나온다.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무장하고 낮은 가격을 갖춘 패션 의류로써 큰 성공을 확신하였지만, 원하는 제품이 원하는 장소에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잘 팔리는 제품들은 품절상태가 오래 지속되었고, 나머지 제품들은 판매되지 않고 재고로 남아있는 문제는 매출손실과 재고손실이라는 2가지 문제를 동시에 유발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플레밍은 문제의 원인을 월마트의 공급망으로 돌렸는데, 그의 생각은 제품 공급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저가 의류 라인업과 달리 스타일과 품질을 갖춘 George 브랜드 의류는 유행에 민감한 수요를 공략하게 되었고, 최소 6개월에서 1년이상 걸리는 납기를 고려하여 의류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실제 품절이 발생하더라도 납기를 고려할 때 새로 주문한 제품이 도착할 때엔 이미 수요 패턴이 변화한 뒤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기반 경쟁이 치열한 기존의 저가격 제품 수요에 유행에 민감한 제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하여 수요가 변화할 때 즉시 제품이 공급되도록 공급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월마트는 전통적인 가격 기반 대규모 생산-운송 방식의 공급망을 유연성 기반 소규모 생산-즉시 운송 방식으로 바꾸어야 했을까? 실제 비즈니스위크의 2007년 기사에서도 2006년 미국내 월마트 매출 성장률이 정체되어 타겟 (Target), 코스트코 (Costco), 크로거 (Kroger) 등 경쟁업체보다 뒤쳐지게 된 사실을 지적하며 월마트의 가격기반 경쟁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환경 변화 앞에 과거의 가격기반 경쟁전략, 즉, 기본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타겟과 같은 중산층 대상 유통기업과 경쟁하기 위하여 경쟁전략을 뜯어고쳐 유연한 기업으로 재편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 것이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월마트가 처한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고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와 품질을 제공하려면 공급망을 구성하는 생산업체와 물류를 보다 유연하게 설계 운영하여야 하지만, 이는 곧 비용 증가로 나타난다. 반면 적정 품질의 제품을 경쟁력있는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일부 희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초기의 가격경쟁에서 브랜드, 품질을 구축하려는 유혹은 모든 경영자가 받게 되는 것이다.


Marshall Fisher 교수의 제품-공급망 적합성 이론


이에 대해 와튼스쿨의 마샬 피셔 (Marshall Fisher) 교수는 1997년 제품-공급망 적합성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 이론에 의하면,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은 기능성 제품과 혁신 제품으로, 공급망은 가격 기반 공급망과 유연성 기반 공급망으로 분류되며 제품 특성에 따라 적합한 공급망 구조가 결정된다고 보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품 자체에 의하여 특성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필요에 따라 제품의 특성이 구분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생수를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할인마트에서 생수를 구매하는 경우와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다. 할인마트에서 생수를 구매하는 경우에는 대량 구매로써 가격을 중시하고 매주 일정량을 소비하게 되지만,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매하는 경우에는 대다수의 경우 갑작스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상황으로 가격보다는 브랜드, 생수 패키지 디자인을 더욱 중시하게 되며 수요 역시 그날 날씨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다. 따라서, 동일한 생수를 공급하는 공급망이라 하더라도 편의점에 공급되는 생수는 수요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유연한 공급망을 구성하여 수요가 변화하더라도 편의점에 즉시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 반면 할인점에 생수를 공급할 때는 사전 협의를 통하여 통제가능한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대규모 생산 후 미리 운송하여 재고로 유지함으로써 제품원가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월마트에 이 이론을 적용해보면, 우선 월마트를 찾는 고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과연 월마트를 찾는 고객은 월마트에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백화점이나 편의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소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라도 월마트에 오는 이유는 결국 낮은 가격에 적정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고객은 대부분 매주 일정한 소비가 이루어지는 제품을 구매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월마트의 선택은 매장당 매출액이 정체된 상황에서 더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기 보다 기존의 제품을 더욱 낮은 가격에 공급하기 위한 전략을 재정비하는 것이 옳다. 반면, 타겟이나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은 가격보다는 남과는 다른 제품, 브랜드를 중시하는 고객이므로 가격을 적정 수준에서 통제하되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하여 유연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적합하다. 즉, 제품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제품을 소비하는 고객의 특성이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을 결정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하여 공급망이 정렬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품-공급망 적합성 이론의 핵심인 것이다.

하나의 기업이 가격 기반 공급망과 유연한 공급망을 동시에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므로, 플레밍이 제시한 월마트 공급망 전략 변화는 결과적으로 가격 기반 공급망 전략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실제 월마트는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가격을 더욱 낮추기 위하여 납품업체, 물류업체와의 협상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대신 원가를 더욱 낮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였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브랜드나 품질을 중시하는 시장보다는 가격을 중시하는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전략으로 수정하였다 (한국이나 독일에서 철수한 이유이기도 하다). 즉, 모든 것을 가격 기반 경쟁으로 설정하고 목표 고객 역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계층으로 설정하여 제품과 공급망을 정렬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 수정은 2007년 이후 미국과 유럽 경제를 강타한 세계적 불황기와 맞물려 월마트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2001년에서 2005년까지 해외 점포는 50% 증가하였지만,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해외 점포는 300% 증가하여 칠레, 중미, 중국, 멕시코, 브라질에서 대규모 점포 개설을 실시하였다. 또한, 가격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는 것이 불황기의 소비자 특성 변화와 맞물려 더욱 많은 소비자를 월마트로 불러들이게 되고 이것은 월마트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을 불러왔다.


그렇다면, 제품-공급망 적합성 이론이 물류기업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 화주기업 (제조/유통 등)의 공급망은 소비자-제품의 특성에 따라 가격 기반이나 유연성 기반 공급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주기업에게 적합한 운송모드, 보관시설, 보관방식을 컨설팅하고 개선하는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화주기업의 공급망 설계 및 운영 방향성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지속적 물류 아웃소싱이 불가능할 것이다. 화주기업의 유연성이 강조될 경우 스피드, 프로세스 품질, 긴급 대응력 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반면 가격이 강조될 경우 통합, Consolidation, 불확실성 제거, 대규모 운송 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동일한 산업에서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고객 특성에 따라 불확실성이 달라지고, 공급망 설계가 달라진다는 것은, 우리가 특정 산업의 특정 기업에 대해 성공적으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해당 산업내 다른 기업에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때에 고객 특성을 새로이 살펴봐야 함을 의미한다. 특정 산업에서 기존에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산업내 기업들에 표준화된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둘째, 하나의 공급망은 원가 절감에 따른 비용 최소화 전략 또는 유연성에 기반한 서비스 최적화 전략 중 하나의 목표를 선택하여 설계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월마트가 가격기반 공급망과 유연성 기반 공급망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어렵듯이 백화점 역시 이들 특성이 다른 공급망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의 경우 백화점과 할인점이 동시에 위치한 경우가 다수 존재하며, 백화점으로 성공한 유통기업들이 할인점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만약 TV를 구매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동시에 제품을 보고 가격이 낮은 쪽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본질적으로 브랜드와 품질을 중시하는 백화점에서 할인점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긴 어려운 상황이고, 백화점에서 TV를 할인점과 같은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품-공급망 적합성 이론에 따르면, 이 경우 백화점은 공급망을 가격기반으로 재설정하여 할인점과 직접 경쟁하거나 혹은 할인점과 다른 TV, 소비자를 상대하는 전략으로 수정하여야 한다. 백화점의 선택은 당연히 가격기반 공급망 보다는 유연성 기반 공급망일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제품과 고객 차별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물류기업은 물류 서비스 컨설팅 및 개발시 서비스의 방향성을 유연성과 가격 중 하나로 차별화해야 한다. 가격이나 유연성 중 하나로 특화된 공급망을 구성해야 하는 화주기업은 2가지 선택 중 하나로 특성화되어 있는 물류기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기업의 공급망은 지속적으로 변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제품수명주기 중 도입기 (Introduction), 성장기 (Growth), 성숙기 (Maturity), 쇠퇴기 (Decline)에 따라 공급망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제품의 도입기 및 성장기에는 치열한 경쟁과 불확실성으로 유연한 전략이 필요한 반면 성숙기에는 경쟁과 고객수요의 안정성이 높아져 가격기반 전략이 일반적으로 선택된다. 따라서, 물류기업이 오늘 서비스하고 있는 화주기업을 내일도 서비스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제품수명주기에 따라 화주기업의 공급망은 유연성에서 가격으로 변화한 후 신규 기술 도입 후 다시 유연화 전략으로 변화해가기 때문이다. LCD TV가 처음 개발되어 시장에서 판매될 때 대다수의 LCD TV는 항공운송되었지만,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다수의 LCD TV가 해상운송으로 운송모드가 변화했다. LCD TV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어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예를 들어, OLED TV나 UD TV 등) 다시 LCD TV의 운송모드는 유연성 기반 항공운송으로 급격히 변화할 것이다. 따라서, 물류기업은 화주기업의 기술 개발 전망에 따라 물류 서비스 차별화 방향을 변화시켜야 한다.


물류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단순한 물류 서비스 중개나 설비 제공이 아닌 통합적 시각에서의 컨설팅, 개선, 서비스 제안이 물류기업의 핵심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역량의 성패는 결국 화주기업의 소비자를 명확히 이해하는데서 시작된다는 것은 물류산업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물류기업이 단순히 물류 분야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유통기업의 프로세스 특성 뿐만 아니라 고객 특성까지 이해하고 화주기업보다 한발 앞서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기존의 물류기업들에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물류기업은 물류 서비스 그 자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의 소비자들을 이해하고 이들의 변화를 파악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물류산업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화주기업이 요구하는 물류를 제공하는 물류전문가와 화주기업에 필요한 변화를 능동적으로 제공하는 산업전문가 사이의 밸런스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능별 단순 서비스 제공기업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통합물류를 넘어 통합공급망관리 업체로 성장할 것인지 물류기업들의 선택이 기대된다.


참고문헌

[1] Hovanesian et al (2007), “Wal-Mart’s Midlife Crisis,” BusinessWeek

[2] Marshall Fisher (1997), “What is the right supply chain for your product?,” Harvard Business Review

[3] 박기화, 송상화, 홍석진 (2010), “제품 특성과 공급망 전략의 적합성이 물류 아웃소싱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Influence of supply chain strategic fit on logistics outsourcing performance,” SCM학회지